기후변화가 한국 파충류 보호지도를 바꾼다 — 18종 분포모델과 SPI 연구

기후가 바뀌면 파충류의 ‘살기 좋은 곳’도 움직입니다. 그런데 보호구역은 지도 위에서 함께 이동할 수 없습니다. 2025년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국내 파충류 18종의 잠재 서식지를 종분포모델(SDM)로 예측하고, 그 공간이 보호지역과 얼마나 겹치는지를 Species Protection Index(SPI)로 평가했습니다. 이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보호 비율이 좋아 보여도 실제 서식지는 줄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한국에서 촬영된 아무르장지뱀 Takydromus amurensis
연구에서 변화 폭이 특히 눈에 띄는 사례인 아무르장지뱀 Takydromus amurensis. 사진: Kim, Hyun-tae, CC BY 4.0, Wikimedia Commons.

30초 핵심 요약

  • 전국 조사자료를 통합해 파충류 18종의 현재·미래 잠재 서식지를 모델링했습니다.
  • 모델의 평균 AUC는 0.965로 보고됐습니다.
  • 현재 SPI는 전체 종 기준 26.74, 생태계교란종을 제외하면 28.16이었습니다.
  • 한국 맥락을 반영한 Species Conservation Target을 적용하면 각각 36.62, 38.53으로 계산됐습니다.
  • 두 시나리오 모두 중기에는 SPI가 낮아졌다가 후기에는 다시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이것은 서식지 총량 회복과 같은 뜻이 아닙니다.
  • 아무르장지뱀은 잠재 서식지가 크게 줄면서도 보호지역과 겹치는 비율은 높아지는 대표적인 반전 사례였습니다.

흥미로운 포인트 1: 지도에서 ‘좋은 곳’이 움직인다

종분포모델은 미래에 개체가 정확히 어디로 이동할지를 예언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관측자료와 기온·강수 등 환경변수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적합할 가능성이 높은 공간을 계산합니다. 연구진은 SSP2-4.5와 SSP5-8.5 두 기후 시나리오에서 현재와 미래의 잠재 서식지를 비교했고, 18종 모델의 평균 AUC를 0.965로 보고했습니다.

아무르장지뱀 Takydromus amurensis의 일반적인 분포 범위를 나타낸 지도
아무르장지뱀의 일반적인 분포 범위를 보여주는 참고 지도입니다. 연구의 미래 SDM 결과 그림이 아니라 종의 배경 분포를 이해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제작: Arczi325, CC BY-SA 4.0.

흥미로운 포인트 2: SPI가 오르는데 서식지는 줄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례는 아무르장지뱀입니다. 논문 표에서 2010년 잠재 서식지는 26,281.18 km²였습니다. SSP2-4.5에서는 2090년 4,917.11 km², SSP5-8.5에서는 1,724.03 km²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런데 보호지역과 겹치는 비율은 현재 25.58%에서 각각 36.03%, 46.97%로 높아졌습니다.

이 말은 “보호가 성공해서 서식지가 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남은 잠재 서식지 중 보호지역 내부에 포함된 몫이 커졌을 수 있습니다. 분모가 작아지면서 비율이 올라가는 셈입니다. 그래서 SPI 하나만 보면 상황을 낙관적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포인트 3: 같은 ‘파충류’라도 생활 방식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18종을 하나의 지수로 합치더라도 각 종이 사용하는 공간은 서로 다릅니다. 길고 가느다란 장지뱀류, 바닥을 빠르게 달리는 표범장지뱀류, 벽과 구조물을 타는 도마뱀붙이, 더 넓은 이동권을 가질 수 있는 뱀류까지 생활 방식이 다릅니다. 이것이 종별 모델을 만든 뒤 지수로 종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길고 가는 꼬리를 가진 줄장지뱀 Takydromus wolteri 표본
줄장지뱀 Takydromus wolteri는 이름처럼 매우 긴 꼬리가 눈에 띕니다. 사진: A. C. Tatarinov, CC BY-SA 3.0.

표범장지뱀류처럼 탁 트인 땅과 자갈·토양 환경을 이용하는 종은 수목성이나 도시 구조물을 이용하는 종과 기후·토지이용 변화에 반응하는 방식이 같을 수 없습니다.

자갈과 흙 바닥 위의 표범장지뱀 Eremias argus
표범장지뱀 Eremias argus. 개방된 지표 환경을 이용하는 종의 모습은 산림 가장자리 장지뱀과 전혀 다릅니다. 사진: Haplochromis, CC BY-SA 4.0.

도마뱀붙이는 또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씁니다. 벽면이나 인공 구조물처럼 수직면을 이용하는 습성은 ‘서식지 적합성’을 해석할 때 단순한 기온 지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망사 구조물에 붙어 있는 도마뱀붙이 Gekko japonicus
도마뱀붙이 Gekko japonicus. 발가락 구조와 수직면 이용은 다른 지상성 도마뱀과 다른 생활 방식을 보여줍니다. 사진: おむこさん志望, CC BY 2.5.

그리고 연구 대상이 ‘도마뱀’만인 것도 아닙니다. 뱀류는 몸 크기와 이동 범위, 먹이망에서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보호지역 경계와 연결성을 보는 관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누룩뱀 Elaphe dione
누룩뱀 Elaphe dione. 도마뱀류와는 이동 방식과 공간 이용이 달라 종별 모델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사진: Vladimir Yu. Arkhipov, CC BY-SA 3.0.

SPI는 보호구역 면적과 무엇이 다른가

보호구역이 국토의 몇 퍼센트인지 보는 지표는 ‘얼마나 많이 지정했는가’를 말해줍니다. SPI는 한 단계 더 들어가 종의 잠재 서식지가 그 보호지역 안에 얼마나 대표되는지를 봅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의 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Target 3은 2030년까지 육상·내륙수역과 해양·연안의 최소 30%를 효과적으로 보전·관리하는 목표를 제시하며, Species Protection Index는 종의 대표성을 보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이 연구에서 현재 SPI는 전체 18종을 포함하면 26.74, 생태계교란종을 제외하면 28.16이었습니다. 연구진은 한국처럼 국토 면적이 작은 국가에서는 국제 기준의 Species Conservation Target 하한이 민감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국내 맥락을 반영한 민감도 분석을 추가했습니다. 그 결과는 각각 36.62와 38.53이었습니다.

생태계교란종에서는 ‘높은 SPI’가 오히려 경고일 수 있다

연구진은 생태계교란종과 일반 종의 SPI를 따로 비교했습니다. 현재에는 교란종의 SPI가 낮았지만 미래 시나리오에서는 그 격차가 줄고, 장기적으로 교란종의 SPI가 일반 종보다 높아지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보호지역 내부가 침입종에게도 적합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이어서, 토착종과는 정반대로 ‘높은 보호지역 중첩’이 관리 부담을 뜻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를 읽을 때 꼭 기억할 한계

  • 종분포모델은 알고리즘, 임계값, 기후모델과 SSP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잠재 서식지는 실제 개체군 크기나 번식 성공을 직접 의미하지 않습니다.
  • 토지이용 변화와 서식지 연결성이 모든 수준에서 완전히 반영된 것은 아닙니다.
  • SPI 상승은 서식지 총량 증가나 멸종위험 감소와 같은 뜻이 아닙니다.
  • 종별 중요도나 멸종위기 가중치를 어떻게 줄 것인지에 따라 정책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보호지역을 단순히 ‘30%까지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후가 바뀐 뒤에도 종이 남을 가능성이 높은 고도 구배, 산림 연결축, 수변 통로, 미세피난처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 연구는 보호지역의 면적과 위치를 동시에 보자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사육자에게도 의미가 있을까?

이 연구는 야생 분포와 보호정책을 다룬 연구입니다. 논문의 기온·강수 변수나 미래 예측을 반려 파충류의 사육 온도·습도 설정으로 직접 옮기면 안 됩니다. 사육자에게는 ‘파충류라는 한 집단 안에서도 종마다 기후와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가’를 이해하는 자연사 자료로 읽는 편이 적절합니다.

함께 읽을 글

참고 자료·이미지 출처

응답

  1. […] 기후변화가 한국 파충류 보호지도를 바꾼다 […]

  2. […] 기후변화가 한국 파충류 보호지도를 바꾼다 […]

  3. […] 기후변화가 한국 파충류 보호지도를 바꾼다 […]

  4. […] 모든 산란장의 안전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기후 압력의 더 넓은 맥락은 기후변화와 파충류, 동물 상태를 행동으로 읽는 방법은 육지거북 정서 연구에서 […]

  5. […] 기후변화가 한국 파충류 보호지도를 바꾼다 […]

  6. […] 기후변화와 한국 파충류 18종 분포모델 […]

답글 남기기

herp.blog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