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바뀌면 파충류의 ‘살기 좋은 곳’도 움직입니다. 그런데 보호구역은 지도 위에서 함께 이동할 수 없습니다. 2025년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국내 파충류 18종의 잠재 서식지를 종분포모델(SDM)로 예측하고, 그 공간이 보호지역과 얼마나 겹치는지를 Species Protection Index(SPI)로 평가했습니다. 이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보호 비율이 좋아 보여도 실제 서식지는 줄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30초 핵심 요약
- 전국 조사자료를 통합해 파충류 18종의 현재·미래 잠재 서식지를 모델링했습니다.
- 모델의 평균 AUC는 0.965로 보고됐습니다.
- 현재 SPI는 전체 종 기준 26.74, 생태계교란종을 제외하면 28.16이었습니다.
- 한국 맥락을 반영한 Species Conservation Target을 적용하면 각각 36.62, 38.53으로 계산됐습니다.
- 두 시나리오 모두 중기에는 SPI가 낮아졌다가 후기에는 다시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지만, 이것은 서식지 총량 회복과 같은 뜻이 아닙니다.
- 아무르장지뱀은 잠재 서식지가 크게 줄면서도 보호지역과 겹치는 비율은 높아지는 대표적인 반전 사례였습니다.
흥미로운 포인트 1: 지도에서 ‘좋은 곳’이 움직인다
종분포모델은 미래에 개체가 정확히 어디로 이동할지를 예언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관측자료와 기온·강수 등 환경변수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적합할 가능성이 높은 공간을 계산합니다. 연구진은 SSP2-4.5와 SSP5-8.5 두 기후 시나리오에서 현재와 미래의 잠재 서식지를 비교했고, 18종 모델의 평균 AUC를 0.965로 보고했습니다.

흥미로운 포인트 2: SPI가 오르는데 서식지는 줄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례는 아무르장지뱀입니다. 논문 표에서 2010년 잠재 서식지는 26,281.18 km²였습니다. SSP2-4.5에서는 2090년 4,917.11 km², SSP5-8.5에서는 1,724.03 km²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런데 보호지역과 겹치는 비율은 현재 25.58%에서 각각 36.03%, 46.97%로 높아졌습니다.
이 말은 “보호가 성공해서 서식지가 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남은 잠재 서식지 중 보호지역 내부에 포함된 몫이 커졌을 수 있습니다. 분모가 작아지면서 비율이 올라가는 셈입니다. 그래서 SPI 하나만 보면 상황을 낙관적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포인트 3: 같은 ‘파충류’라도 생활 방식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18종을 하나의 지수로 합치더라도 각 종이 사용하는 공간은 서로 다릅니다. 길고 가느다란 장지뱀류, 바닥을 빠르게 달리는 표범장지뱀류, 벽과 구조물을 타는 도마뱀붙이, 더 넓은 이동권을 가질 수 있는 뱀류까지 생활 방식이 다릅니다. 이것이 종별 모델을 만든 뒤 지수로 종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표범장지뱀류처럼 탁 트인 땅과 자갈·토양 환경을 이용하는 종은 수목성이나 도시 구조물을 이용하는 종과 기후·토지이용 변화에 반응하는 방식이 같을 수 없습니다.
도마뱀붙이는 또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씁니다. 벽면이나 인공 구조물처럼 수직면을 이용하는 습성은 ‘서식지 적합성’을 해석할 때 단순한 기온 지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연구 대상이 ‘도마뱀’만인 것도 아닙니다. 뱀류는 몸 크기와 이동 범위, 먹이망에서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보호지역 경계와 연결성을 보는 관점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SPI는 보호구역 면적과 무엇이 다른가
보호구역이 국토의 몇 퍼센트인지 보는 지표는 ‘얼마나 많이 지정했는가’를 말해줍니다. SPI는 한 단계 더 들어가 종의 잠재 서식지가 그 보호지역 안에 얼마나 대표되는지를 봅니다. 생물다양성협약의 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Target 3은 2030년까지 육상·내륙수역과 해양·연안의 최소 30%를 효과적으로 보전·관리하는 목표를 제시하며, Species Protection Index는 종의 대표성을 보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이 연구에서 현재 SPI는 전체 18종을 포함하면 26.74, 생태계교란종을 제외하면 28.16이었습니다. 연구진은 한국처럼 국토 면적이 작은 국가에서는 국제 기준의 Species Conservation Target 하한이 민감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 국내 맥락을 반영한 민감도 분석을 추가했습니다. 그 결과는 각각 36.62와 38.53이었습니다.
생태계교란종에서는 ‘높은 SPI’가 오히려 경고일 수 있다
연구진은 생태계교란종과 일반 종의 SPI를 따로 비교했습니다. 현재에는 교란종의 SPI가 낮았지만 미래 시나리오에서는 그 격차가 줄고, 장기적으로 교란종의 SPI가 일반 종보다 높아지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보호지역 내부가 침입종에게도 적합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이어서, 토착종과는 정반대로 ‘높은 보호지역 중첩’이 관리 부담을 뜻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를 읽을 때 꼭 기억할 한계
- 종분포모델은 알고리즘, 임계값, 기후모델과 SSP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잠재 서식지는 실제 개체군 크기나 번식 성공을 직접 의미하지 않습니다.
- 토지이용 변화와 서식지 연결성이 모든 수준에서 완전히 반영된 것은 아닙니다.
- SPI 상승은 서식지 총량 증가나 멸종위험 감소와 같은 뜻이 아닙니다.
- 종별 중요도나 멸종위기 가중치를 어떻게 줄 것인지에 따라 정책 우선순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보호지역을 단순히 ‘30%까지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후가 바뀐 뒤에도 종이 남을 가능성이 높은 고도 구배, 산림 연결축, 수변 통로, 미세피난처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 연구는 보호지역의 면적과 위치를 동시에 보자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사육자에게도 의미가 있을까?
이 연구는 야생 분포와 보호정책을 다룬 연구입니다. 논문의 기온·강수 변수나 미래 예측을 반려 파충류의 사육 온도·습도 설정으로 직접 옮기면 안 됩니다. 사육자에게는 ‘파충류라는 한 집단 안에서도 종마다 기후와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이 얼마나 다른가’를 이해하는 자연사 자료로 읽는 편이 적절합니다.
함께 읽을 글
참고 자료·이미지 출처
- Shin M-S, Kim B-R, Kang S-R. 2025. Assessing a Reptile Species Protection Index for the Republic of Korea under Climate Chang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Institute of Ecology of the Republic of Korea 6(S): S35–S52. DOI: 10.22920/PNIE.2025.6.Special.S35.
-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Kunming–Montreal Global Biodiversity Framework Target 3. 확인: 2026-08-23.
- 국립생물자원관. 아무르장지뱀 Takydromus amurensis 적색자료집 종정보. 확인: 2026-08-23.
- Takydromus amurensis — Kim, Hyun-tae, CC BY 4.0.
- Takydromus amurensis 분포지도 — Arczi325, CC BY-SA 4.0.
- Takydromus wolteri — A. C. Tatarinov, CC BY-SA 3.0.
- Eremias argus — Haplochromis, CC BY-SA 4.0.
- Gekko japonicus — おむこさん志望, CC BY 2.5.
- Elaphe dione — Vladimir Yu. Arkhipov, CC BY-SA 3.0.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