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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공개: 2025년 7월 8일 · Animal Cognition 28(1):52
연구기관: 영국 링컨대학교(University of Lincoln)
대상: 레드풋 육지거북(Red-footed tortoise, Chelonoidis carbonaria) 15마리
연구자: Tom Hoehfurtner, Anna Wilkinson, Sophie A. Moszuti, Oliver H. P. Burman
핵심 결과: 사육 환경이 더 나은 개체일수록 모호한 상황을 낙관적으로 해석했고, 이런 낙관적 개체는 낯선 대상 앞에서 불안 행동도 더 적게 보였다.
무슨 일이 있었나?
“파충류는 감정이 없다”는 말은 사육자들 사이에서도 오래 반복돼 온 통념이다. 2025년 7월 영국 링컨대학교 연구팀이 Animal Cognition에 발표한 연구는 이 통념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레드풋 육지거북 15마리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거북도 포유류나 조류처럼 순간의 반응을 넘어서는 지속적인 ‘기분 상태(mood state)’를 가질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를 이끈 애나 윌킨슨(Anna Wilkinson) 교수는 동물 인지 연구자, 올리버 버먼(Oliver Burman) 교수는 동물 행동·복지 연구자다. 이번 실험의 주인공 중 한 마리인 레드풋 육지거북 ‘제프(Geoff)’의 사진이 연구 발표와 함께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연구 방법 — ‘인지 편향 검사’란 무엇인가
연구팀이 쓴 도구는 원래 사람의 우울·불안 연구에서 쓰이던 ‘인지 편향 검사(cognitive judgment bias task)’다. 원리는 간단하다. 같은 모호한 상황을 두고 낙관적인 사람은 좋은 쪽으로, 비관적인 사람은 나쁜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는 데 착안해, 동물에게도 같은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실험에서 거북은 먼저 정해진 두 위치, 즉 먹이 보상이 있는 ‘긍정’ 위치와 보상이 없는 ‘부정’ 위치에 각각 접근하도록 훈련받았다. 이후 연구팀은 두 위치 사이에 모호한 중간 지점 여러 곳을 추가로 제시했다. 거북이 모호한 위치로 얼마나 빨리 다가가는지를 측정해, 그 개체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지 비관적으로 보는지를 가늠했다. 여기에 더해 낯선 물체·낯선 환경에 반응하는 속도와 목을 얼마나 내미는지를 측정하는 별도의 불안 행동 검사도 함께 진행했다.

주요 결과
결과는 두 갈래였다. 첫째, 상대적으로 더 나은 사육 환경(공간, 은신처, 온도 구배 등 환경 조건)에 있는 개체일수록 모호한 위치에도 더 빠르게, 즉 더 낙관적으로 접근했다. 둘째, 이렇게 낙관적인 판단을 보인 개체는 낯선 물체나 낯선 환경에 놓였을 때도 머뭇거리는 시간이 더 짧고 불안 행동이 적었다. 다시 말해 인지 편향 검사 결과와 별도의 불안 행동 검사 결과가 서로 들어맞았다. 이는 단순히 그 순간의 반응이 아니라, 개체마다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는 성향, 즉 ‘기분 상태’가 존재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왜 중요한가?
파충류는 오랫동안 ‘반사적으로 반응할 뿐 지속적인 감정은 없는 동물’로 여겨졌다. 이런 인식은 파충류 복지 기준이 포유류·조류보다 훨씬 느슨하게 다뤄져 온 배경이기도 하다. 윌킨슨 교수는 “동물이 기분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는 일은 적절한 복지 기준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동물복지(지각력) 법 2022(Animal Welfare (Sentience) Act 2022)가 동물의 감정 경험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처럼 특정 분류군에 실제 증거를 채워 넣는 작업은 법·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사육자 입장에서 더 실용적인 시사점도 있다. 이번 연구는 사육 환경의 질과 개체의 낙관적·비관적 판단 성향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했다. 즉 은신처, 활동 공간, 온도 구배 같은 환경 조건이 단순히 신체 건강뿐 아니라 개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파충류 반려동물 사육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는 “먹고 자라기만 하면 된다”는 최소 기준을 넘어서는 사육 환경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한계와 기존 지식과의 차이
이번 연구의 표본은 15마리로, 종 전체로 일반화하기에는 크지 않은 규모다. 상관관계가 확인됐다고 해서 사육 환경이 기분 상태를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까지 증명된 것은 아니며, 개체의 유전적 성향이나 과거 경험 같은 다른 변수가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또한 이번 결과가 레드풋 육지거북이 아닌 다른 파충류 종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이전까지 파충류의 지속적 기분 상태를 행동 지표로 뒷받침한 연구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파충류는 감정이 없다”는 기존 가정에 구체적인 반례를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사육자가 알아둘 점
이번 연구가 특정 사료나 특정 사육장 브랜드를 권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은신처·활동 공간·온도 구배 같은 기본적인 환경 조건을 갖추는 일이 단순히 “죽지 않게 키우는” 수준을 넘어, 개체의 행동과 판단 성향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하나 더 늘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herp.blog의 사육 가이드에서 종별 온습도·환경 조건을 확인하고, 사육장을 최소 요건이 아니라 개체가 실제로 탐색하고 은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하는 것이 이번 연구가 주는 실용적 시사점에 가깝다.
핵심 정리
- 링컨대학교 연구팀이 레드풋 육지거북 15마리로 인지 편향 검사와 불안 행동 검사를 함께 진행했다.
- 더 나은 사육 환경의 개체일수록 낙관적으로 판단했고, 낙관적인 개체는 불안 행동도 적었다.
- 이는 파충류도 순간 반응을 넘어선 지속적 ‘기분 상태’를 가질 수 있다는 행동 증거다.
- 표본이 15마리로 크지 않고,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 증명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 사육 환경의 질이 개체 복지·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추가됐다.
관련 문서
출처 및 참고자료
- Hoehfurtner, T., Wilkinson, A., Moszuti, S.A., Burman, O.H.P. (2025). Evidence of mood states in reptiles. Animal Cognition 28(1): 52. DOI: 10.1007/s10071-025-01973-y.
- University of Lincoln (2025-07-08). New study shows tortoises experience feelings similar to our own (보도자료).
날짜 구분: 논문·보도자료 공개 2025년 7월 8일 · 기사 검토 2026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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